오피 초보자를 위한 용어 사전

업무 공간을 빌리고, 회의실을 예약하고, 팀이 일할 자리를 설계하다 보면 현장에서만 통하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처음엔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계약서나 견적서에 들어가면 헷갈리기 마련이다. 이 글은 오피스 운영과 임대, 워크스페이스 구축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해 현업에서 실제로 쓰는 용어를 맥락과 사례와 함께 풀어 쓴 사전이다. 단어 자체보다, 그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비용과 리스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핵심이다.

오피스, 오피, 오피스텔의 다른 결

일상 대화에서 오피라는 말은 다목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부동산과 공간 운영 맥락에서는 구분이 명확하다. 오피스는 업무용 집합 건물이나 공간 전반을 가리킨다. 전용 사무실부터 공유 오피스, 기업형 센터까지 포함한다. 오피스텔은 주거와 업무 겸용을 전제로 허가된 형태로, 도시마다 법적 용도와 주차 기준, 소음 규제가 다르다. 업무만 본다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호실 면적이 소형이라 초기 비용이 적다. 다만 용도에 따라 간판, 집기 반입, 전기 증설, 심야 운영에 제약이 붙을 수 있다.

현장에서 자주 생기는 오해는 주소 사용과 세금 처리다. 오피스텔은 업무용 등록이 가능한 경우가 있으나, 실제 임대차계약의 용도 표기에 따라 사업자 등록이나 비용 계상에서 차이가 난다. 계약 전 등기와 용도, 관리규약을 꼭 확인하자. 단기팀이라면 소형 오피스텔로 테스트하고, 인원 늘리기 직전에 본격 오피스로 옮기는 식으로 리스크를 나눠 담는 전략이 유효하다.

전용면적, 계약면적, 공용률

견적서의 첫 페이지에 숫자 세 개가 나란히 적힌다. 전용면적은 우리 팀이 실제로 쓰는 바닥 면적이다. 계약면적은 전용면적에 공용부(복도, 로비, 화장실 등) 배분분을 포함한 면적이다. 공용률은 그 비율이며, 도심 고층 빌딩은 25퍼센트에서 35퍼센트, 오래된 중소형 빌딩은 15퍼센트에서 25퍼센트인 경우가 많다.

가격을 비교할 때 평당 임대료를 계약면적 기준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같은 평단가라도 공용률이 높으면 실제 책상 놓을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든다. 반대로 로비와 복도가 넓은 빌딩은 동선이 쾌적하고 회의실 추가 임차 없이도 공용부 활용도가 높다. 팀의 일하는 방식에 따라 가치를 따지는 것이 옳다. 헤드다운 업무가 많은 개발조직은 전용면적을, 외부 방문이 잦은 영업조직은 공용부의 오피맵 품질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편이다.

스펙: 스켈레톤, 워크인, 턴키

임차인이 벽체와 천장 상태를 어디까지 책임질지가 계약서에 담긴다. 스켈레톤은 구조체만 남기고 전기, 천장, 바닥 마감이 거의 없는 상태다. 임차인이 처음부터 설계를 주도할 때 유리하지만, 공사 기간과 비용을 떠안게 된다. 워크인은 기본 천장과 바닥, 조명, 분할 벽체가 갖춰진 상태로, 간단한 가구 반입과 도색만으로 입주가 가능하다. 턴키는 설계, 공사, 가구, IT 인프라까지 발주처가 한 번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정이 촉박하고 내부 리소스가 부족할 때 선택한다.

실무에서는 스켈레톤처럼 보이지만 배관이나 배연구가 이미 묻혀 있어 설계 자유도가 낮은 층이 있다. 장비 소음이나 전력 밀도가 높은 팀이라면 초기 답사에서 설비 도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증금, 선납임대료, 프리렌트

보증금은 임대인의 손해를 담보하는 성격이다. 지역과 빌딩 신용도에 따라 6개월치에서 12개월치가 일반적이며, 공실이 많은 시장에서는 낮아지기도 한다. 선납임대료는 임대료 일부를 앞당겨 내는 조건이다. 자금 흐름이 빡빡한 스타트업은 보증금보다 선납을 선호하지 않는다. 반대로 해외계열사는 선납으로 할인율을 키우기도 한다.

프리렌트는 임대료 면제 기간이다. 통상 인테리어 공사 기간을 감안해 1개월에서 3개월이 제시된다. 계약기간이 길수록, 임차인의 신용이 높을수록 길어진다. 표면 임대료는 그대로 두고 프리렌트를 늘려 총비용을 낮추는 방식이 흔하다. 회계상 인식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재무팀과 논의하고 문서화해 두자.

관리비와 Opex

임대료 외에 매달 납부하는 관리비가 있다. 청소, 경비, 엘리베이터 유지, 냉난방 공조 운영 등 공용부 운영비가 포함된다. 일부 빌딩은 전기료를 관리비에 포함, 일부는 별도 계량기로 부과한다. 냉난방 운영 시간을 넘어 사용하면 추가 비용이 생긴다. 이를 OT(Over Time) 공조 요금이라고 부른다. 제품 출시 전 야근이 길어지는 시기라면 OT 요금이 눈덩이처럼 불 수 있다. 공조 시간을 연장한 상시 계약이 가능한지, 월 고정요금과 시간당 요금 중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보고 비교하자.

Opex는 운영비 전반을 뜻한다. 임대료, 관리비, 전기와 인터넷, 식음료, 소모품, 보안, 청소, 쓰레기 처리까지 포함한 월간 총비용이다. CFO는 항상 Opex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계약면적 단가에만 끌려 들어가면 실제 비용이 예산을 넘기기 쉽다. 팀당 좌석당 월 Opex를 계산해두면 확장과 축소 판단이 빨라진다.

핫데스크, 지정좌석, 프리어드레스

좌석 정책의 핵심 용어 세 가지가 있다. 핫데스크는 선착순으로 비어 있는 자리를 쓰는 방식이다. 지정좌석은 개인에게 영구 배정된 자리다. 프리어드레스는 팀 단위에서 매일 자유롭게 앉되, 개인 짐은 락커로 관리하는 절충안이다. 원격과 하이브리드가 보편화되면서 프리어드레스가 늘었다.

좌석 밀도를 정할 때 출근율 데이터를 쓰면 좋다. 예를 들어 월 평균 출근율이 60퍼센트인 50명 팀이라면 30자리에서 35자리 사이가 현실적이다. 다만 출시 주간처럼 변동 폭이 크다면 회의실과 포커스룸을 좌석 압력 밸브로 활용한다. 좌석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면 무질서를 줄일 수 있지만, 예약만 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 문제가 생긴다. 반복 노쇼에 페널티를 두거나, 당일 자동 취소 정책을 도입해 운영한다.

포커스룸, 폰부스, 미팅룸

포커스룸은 1인 혹은 2인이 몰입하거나 화상 회의를 조용히 진행하는 작은 룸이다. 폰부스는 소형 방음부스로 통화, 1인 화상회의에 적합하다. 미팅룸은 4인에서 10인 이상의 회의를 위한 룸이며, 스크린과 화상 장비가 갖춰진다. 이름만 다르고 기능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사용 목적에 맞춘 명확한 표기와 예약 규칙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2인 이하의 화상 회의는 포커스룸으로, 15분 이내 전화는 폰부스로, 3인 이상 대면 회의는 미팅룸으로 유도하는 식이다. 이 간단한 구분만으로도 회의실 체감 부족이 크게 완화된다.

OS 요일과 코어타임

하이브리드 팀의 운영에서 OS 요일은 Office Day, 즉 사무실 출근 권장일을 가리킨다. 코어타임은 동시 협업 가능 시간대다. 이 둘을 명시하면 좌석과 회의실 수요 예측이 쉬워진다. 코어타임이 11시에서 4시라면, 폰부스 부족은 이 시간대에 집중된다. OS 요일을 화요일과 목요일로 잡고, 해당 요일엔 외부 미팅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흔하다.

ABW, 액티비티 기반 업무 방식

ABW(Activity Based Working)는 업무 활동에 맞게 공간을 선택해 쓰는 철학이다. 집중, 협업, 학습, 회복 등 활동 유형에 따라 좌석과 룸, 라운지를 설계하고, 사용자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도입의 핵심은 가구가 아니라 규범이다. 통화는 폰부스에서, 회의는 룸에서, 깊은 집중은 조용 구역에서 하도록 문화를 만든다. 실패 사례는 표지판만 달아놓고, 실제 가이드와 용량계획이 없는 경우다. 사용 패턴 데이터가 없으면 ABW는 그저 멋진 인테리어로만 남는다.

시트 플래닝과 밀도

시트 플래닝은 좌석 배치 계획이다. 동선, 소음, 팀 간 협업 패턴을 반영한다. 밀도는 좌석당 전용면적 혹은 계약면적을 의미한다. 개발 중심 조직은 3.5평에서 4.5평 사이, 세일즈 중심은 2.5평에서 3.5평 사이로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고밀도를 추구하면 비용 효율은 올라가지만 소음과 피로가 누적된다. 번아웃이 잦은 팀은 밀도보다 회복 공간의 비중을 높이는 편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살린다.

FM, 시설관리와 백오브하우스

FM(Facility Management)은 시설 관리 전반이다. 공조와 전기, 소방, 청소, 보안, 폐기물 처리까지 포함한다. 백오브하우스는 운영을 위한 비가시 공간, 예를 들어 서버실, 전기실, 창고, 식자재 보관실이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라운지보다 백오브하우스의 동선과 접근성, 냉난방 분리 여부가 운영 품질을 좌우한다. 포스트잇과 택배가 넘치기 시작하면 로비가 지저분해진다. 백오브하우스에 충분한 적치 공간을 확보하고, 택배 수거 스케줄을 고정하면 금세 정리가 된다.

BMS, 공조, 외기

BMS(Building Management System)는 빌딩의 설비를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공조는 공기 조화, 냉난방을 포함한다. 외기는 외부 공기를 의미하며, 신선한 공기를 어느 수준으로 공급할지 설정한다. 외기량을 늘리면 공기 질은 좋아지지만 에너지 비용이 올라간다. 알레르기 시즌에는 필터 등급을 높이거나 외기량을 일시 조정해 팀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다. 환기 성능은 CO₂ 센서 데이터로 가늠할 수 있다. 1000ppm을 넘기는 시간이 길어지면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인원이 늘어난다.

PoE, 전력 밀도, 심야 전력

PoE(Power over Ethernet)는 네트워크 케이블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카메라, AP, 일부 센서는 PoE로 깔끔하게 설치할 수 있다. 전력 밀도는 평당 혹은 제곱미터당 공급 가능한 전력 용량을 뜻한다.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이나 개발 장비가 많다면, 평당 1000VA 수준을 최소 기준으로 보고 여유를 잡는다. 심야 전력은 야간 전기 요금 제도로, 서버나 냉장고처럼 24시간 가동 장비가 많은 경우 계약형태를 조정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쇼트서킷이나 피크 부하 문제를 피하려면 배선과 차단기 용량을 먼저 체크해야 한다.

IPT, UC, 회의 장비 호환성

IPT(IP Telephony)는 인터넷 전화, UC(Unified Communications)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말한다. 회의실 장비를 고를 때는 UC 플랫폼과의 호환성이 실제 사용자 경험을 좌우한다. 하나의 룸에 Zoom과 Meet, Teams가 모두 필요한 회사도 있다. 올인원 바 형태는 설치가 빠르고 깔끔하지만, 마이크를 확장하기 어렵다. 반대로 컴포넌트형은 확장성이 높지만 배선과 튜닝 시간이 늘어난다. 파일럿 룸 하나를 만들고 한 달간 데이터를 모아 장비 구성을 표준화하면, 나머지 룸 구축 속도가 배로 빨라진다.

냉난방 존, 핫스팟과 콜드스팟

대부분의 오피스는 존별로 온도를 제어한다. 창가와 코어에 온도 차가 생기고, 사람 밀집도와 장비 열로 핫스팟과 콜드스팟이 나타난다. 좌석 불만의 70퍼센트는 온도에서 비롯된다. 존 개수가 적으면 타협이 불가피하다. 창가 좌석에는 롤스크린과 스탠딩 팬을, 코어 좌석에는 미세 가습기를 두는 소소한 장치만으로도 민원 빈도를 줄일 수 있다. 공조 시간과 세팅 포인트를 계절 전환기에 미리 바꿔두면 과도기 불편을 최소화한다.

방재, 소방, 피난 계획

방재는 화재와 재난 대응 체계를 포괄한다. 스프링클러 헤드 위치와 감지기 종류, 비상등과 피난 유도등, 소화기 위치, 피난 경로 표시가 법적 기준에 맞아야 한다. 인테리어 공사 시 천장 마감과 벽체 변경이 소방 설비 성능을 저하할 수 있어, 설계 단계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피난 계획은 도면에만 있으면 소용없다. 분기마다 대피 훈련을 하고, 신규 입사자 온보딩에 피난 경로 교육을 포함시키면 실제 상황에서 몸이 먼저 움직인다.

입주 심사, 테넌트 믹스, 하우스룰

프리미엄 빌딩은 입주 심사를 통해 테넌트 믹스를 관리한다. 업종 충돌을 피하고, 보안과 이미지, 층간 소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하우스룰은 빌딩 운영 규정이다. 반려동물, 흡연, 야간 반입, 이벤트, 촬영, 간판 규정이 적혀 있다. 초기 협상에서 하우스룰 예외를 받아두면 운영이 훨씬 편해진다. 예를 들어 해커톤을 밤새 진행하려면 엘리베이터 연장과 보안 출입 인원 증대를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출입 통제: 카드키, 모바일키, 방문객 관리

카드키는 여전히 표준이다. 모바일키는 편리하지만, OS 업데이트나 앱 오류로 막히는 사례가 간헐적으로 있다. 이중 인증과 게스트 패스, QR 방문증을 혼합해 보안과 편의를 균형 있게 잡자. 방문객 관리 시스템은 리셉션 혼잡을 줄이고, 화재 대피 시 현장 인원 파악에도 도움이 된다. 개인정보 처리와 로그 보존 기간을 법에 맞춰 설정하는 것도 잊지 말자.

청소, 웨이스트 스트림, 팬트리 운영

청소는 주간 유지와 야간 클리닝으로 나뉜다. 주간에는 화장실과 라운지, 팬트리를 돌며 쓰레기와 얼룩을 즉시 제거한다. 웨이스트 스트림은 폐기물 흐름이다. 일반, 재활용, 음식물, 파쇄 문서의 수거 주기가 다르다. 팬트리는 만족도가 가장 눈에 띄게 표시되는 공간이다. 원두와 스낵 예산을 단순 절감하면 사기 저하가 체감된다. 대신 재고 파악과 발주 주기를 최적화하고, 인기 품목을 소수 정예로 고정하면 낭비없이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다. 반기마다 벤딩 데이터를 분석해 불용 품목을 정리하자.

보안: CCTV, VMS, DLP와의 경계

CCTV는 억지력과 사후 추적에 기여한다. VMS(Video Management System)는 녹화, 검색, 권한 관리를 아우른다. 영상 보관 기간은 보통 30일에서 90일이다. 업무 데이터 보안은 DLP(Data Loss Prevention)와 엔드포인트 솔루션 영역에 가깝지만, 물리 보안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 예를 들어 게스트 와이파이 분리, 프린터 출력 제한, 문서 파쇄 절차가 물리-디지털 경계에서 사고를 줄인다.

IT 인프라: MDF, IDF, 케이블 플랜

MDF는 메인 배선실, 외부 회선이 들어오는 허브다. IDF는 층별 혹은 구역별 분배실이다. 케이블 플랜은 네트워크와 전력 배선을 좌석과 룸에 어떻게 분배할지 도면으로 정리한 것이다. 천장 매립이 어려운 공간은 플로어 박스와 레이스웨이를 조합하면 깔끔함과 확장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PoE 조명과 센서를 염두에 두면 장기적으로 유지비가 줄어든다. 무엇보다 백업 회선과 장애 시 페일오버 플랜을 준비하자. 실제로 1년에 한두 번은 회선 장애가 생긴다.

사인, 웨이파인딩, 브랜딩

사인은 표지, 웨이파인딩은 길 찾기 설계를 말한다. 층마다 승강기에서 내렸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회의실 번호 체계가 의미가 있는지, 화장실과 출구 표시가 분명한지 확인한다. 브랜딩은 과하면 피로하다. 벽 전체를 로고와 슬로건으로 덮기보다, 리셉션과 대회의실 같은 터치포인트에 집중하면 방문객 경험은 좋아지고 공간은 오래 간다.

인테리어 공사: VE와 펀치리스트

VE(Value Engineering)는 비용 대비 효과를 최적화하는 설계 조정이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마감재를 바꾸거나, 조명 계획을 손보면 예산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펀치리스트는 준공 직후 남은 하자 수정 목록이다. 인수인계 전에 꼼꼼히 작성해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해두자. 경첩 스프링 장력, 문턱 턱 낮춤, 자동문 센서 범위 같은 소소한 항목들이 일상 불편을 만든다. 오픈 첫 주 현장에 상주하며 사용 패턴을 관찰하면 펀치리스트 품질이 확 달라진다.

확장 옵션: 전층 옵션, 우선협상권, 확장권

전층 옵션은 같은 빌딩에서 추가 면적이 생길 때 우리에게 먼저 제안하겠다는 조건이다. 우선협상권은 동일 조건에서 우선권을 주는 합의다. 확장권은 계약서에 명문화된 면적 추가 권리로, 기간과 면적 범위가 정해진다. 성장 속도가 가파른 팀은 임대료 단가보다 이런 옵션들의 가치를 중시한다. 옵션 하나로 이사 비용 수천만 원을 아끼는 경우가 있다. 타이밍이 핵심이니, 매 분기 빌딩의 공실 전망을 브로커와 공유하자.

디스포저, 냄새, 소음과 민원

팬트리에 디스포저를 설치하면 음식물 쓰레기 관리는 편해진다. 하지만 배관과 소음 문제로 민원이 잦다. 냄새는 가장 빠르게 평판을 깎는다. 환기 루트와 트랩, 그리스 필터 청소 주기를 미리 설계하고, 압축 쓰레기통을 쓰면 민원을 줄일 수 있다. 소음은 층간전달과 실내 잔향 두 축으로 본다. 카펫과 흡음재만으로도 체감이 달라진다. 작은 폰부스 여러 개가 오히려 복도 소음을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문 하단 차음과 문틀 실링을 보강하면 개선된다.

좌석 예약, 룸 스케줄러, 노쇼 관리

좌석 예약 시스템은 투명성에 좋지만, 사용성이 떨어지면 금세 외면받는다. 모바일에서 두 번 터치로 예약과 체크인이 가능해야 한다. 룸 스케줄러는 회의실 앞 태블릿이나 패널이다. 예약 시작 후 5분 내 체크인이 없으면 자동 해제하는 규칙을 두면 회의실 체감 가용률이 오른다. 데이터로 운영 규칙을 만들고, 규칙은 간단해야 지켜진다.

보험: 배상책임, 화재, 영업손실

임차인이 가입해야 하는 보험은 크게 세 가지다. 배상책임은 방문객이나 직원의 상해, 타인 재산 피해를 커버한다. 화재는 구조와 집기, 전산 장비 손실을 보장한다. 영업손실은 화재나 재난으로 영업 중단 시 발생하는 매출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한다. 건물주 보험과 임차인 보험의 경계를 확인해 중복 혹은 빈틈을 피하자. 특히 서버실과 고가 장비가 있을 때 면책 조항을 꼼꼼히 본다.

계약 유형: 총액 임대, Net, Gross, 서브리스

총액 임대는 임대료와 관리비, 세금을 하나로 묶어 고정 금액으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예측 가능성이 장점이다. Net 타입은 세금과 관리비를 임차인이 별도로 부담한다. 경기와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Gross는 기본 관리비를 포함하지만, 일정 항목은 조정될 수 있는 형태다. 서브리스는 기존 임차인이 재임대를 주는 구조다. 신속하고 싸게 들어갈 수 있지만, 권리 관계와 기간이 제한적일 수 있다. 서브리스는 인수인계 자산, 즉 가구와 장비를 저렴하게 넘겨받을 수 있어 초기 투자금 절감에 유리하지만, 원임대차 계약 만료일에 영향을 받는다.

중도해지, 옵션, 페널티

계약기간 중 해지할 수 있는 권리는 드물고, 있다 하더라도 페널티가 크다. 페널티는 남은 기간 임대료의 일정 비율 혹은 고정 금액으로 산정된다. 해지 옵션을 넣지 못했다면, 이사 시점에 맞춰 전대 혹은 전대승계 조건을 협의하는 방법이 있다. 처음 협상 때 해지 옵션의 대가로 임대료를 소폭 올리는 선택이 장기 리스크를 낮춘다.

브로커, 리스 어그리먼트, LOI

브로커는 임차인 대리 혹은 임대인 대리를 맡는다. 임차인 대리 브로커는 수수료를 임대인에게서 받는 관행이 많다. LOI(Letter of Intent)는 의향서로, 임대료, 보증금, 면적, 기간, 프리렌트 같은 주요 조건을 요약한다. LOI 합의 후 리스 어그리먼트, 즉 본 계약으로 넘어간다. LOI 단계에서 모든 핵심 옵션과 특약을 최대한 명확히 하자. 본 계약에서 되돌리기 어렵다.

환경, ESG, 그린빌딩 인증

LEED, BREEAM 같은 인증은 에너지 효율과 환경 성능을 상징한다. 단순 홍보를 넘어서 공조 성능, 일조, 수질, 폐기물 관리의 최소 기준을 담는다. 그린빌딩은 초기 임대료가 약간 높아도 운영비 절감과 직원 만족도로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LED와 고효율 냉동기, 센서 기반 조명 제어만으로 전력 사용량을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 줄이는 사례가 흔하다. ESG 보고 의무가 있는 회사라면 빌딩 선택이 곧 데이터 품질에 영향을 준다.

적응형 계획: 피크 커브와 버퍼

오피스 운영의 진짜 숙제는 변동성 관리다. 출근율, 회의 수요, OT 공조, 팬트리 소비가 특정 요일과 분기에 솟는다. 피크 커브를 완만하게 만들려면 예약 정책과 운영 시간, 이벤트를 조정하고, 필수 설비와 공간은 버퍼를 둔다. 폰부스 6개가 언제나 꽉 차면 2개를 추가하기보다, 사용 시간 제한과 자동 해제 규칙을 먼저 바꿔 본다. 물리적 확장보다 운영 개선이 빠르고 싸다.

작은 용어들, 그러나 현장에서 큰 차이를 만드는 것들

    백카드: 무기명 출입 카드. 임시 방문객이나 외주 인력에게 지급한다. 분실 관리가 핵심이니, 대장 기록과 보증금을 병행하면 사고를 줄인다. 펜스라인: 보안 구역 경계선. 서버실이나 연구실 앞에 설치하는 물리적 경계다. 시야 차단과 출입 통제를 동시에 해결하면 보안과 동선이 함께 좋아진다. 핫워크 퍼밋: 불꽃, 용접 작업 허가. 인테리어 공사 중 화재 위험이 있는 작업에 필수다. 스팟 소화기와 감시 인원을 지정하고, 사후 잔불 체크까지 포함한다. 스냅백: 원상복구 조항에서 마감 일부를 제외해주는 합의. 철거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전기 증설이나 배관 변경은 스냅백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N+1: 설비 이중화 표기. UPS, CRAC 같은 핵심 설비에 한 대 여유분을 둔 구성이다. 실제 업타임을 원한다면 배선 계통분리와 테스트 루틴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처음 오피스를 꾸리는 팀을 위한 짧은 체크

    LOI 단계에서 임대료, 보증금, 프리렌트, 공용률, OT 공조 요금, 확장 옵션을 한 장 표로 정리해 두고 내부 의사결정에 쓴다. 전기 용량, 통신 회선 가용성, 소방 승인 여부를 인테리어 설계 전에 확인한다. 좌석 정책과 룸 규칙을 도입 첫날에 공지하고, 첫 달은 가볍게 단속한다. 초기 습관이 문화를 만든다. 팬트리와 쓰레기 동선을 별도로 설계해 냄새와 혼잡을 막는다. 데이터 수집 루틴을 만든다. 출근율, 좌석 점유, 룸 노쇼, 공조 OT 사용량을 매달 리뷰하면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사람과 공간 사이의 언어

용어는 계약과 운영의 손잡이다. 같은 말이라도 건물주, 브로커, 시공사, IT, HR이 서로 다른 그림을 떠올린다. 용어를 맞추는 일은 그림을 맞추는 일이다. 전용과 계약 면적의 차이를 이해한 순간 예산이 바로 잡히고, 공조와 외기의 상관을 이해한 순간 팀의 컨디션이 달라진다. 좌석 정책의 몇 단어를 바꿔 붙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시간이 절약된다.

현장에서 가장 유용한 질문은 단순하다. 이 말은 우리 상황에서 무엇을 바꾸는가, 이 결정은 비용과 리스크를 어디로 옮기는가. 사전은 출발점일 뿐이다. 직접 걸으면서 단어에 손때를 묻혀야 지식이 실력이 된다. 몇 달만 지나도, 처음엔 낯설었던 용어들이 팀의 리듬을 맞추는 박자처럼 들릴 것이다.